
폐암 산재, 흡연력 있어도 가능
30년 도장공 승소 판결 심층 분석
안녕하세요, 산업재해 전문 변호사 김강균입니다. 벌써 이 길을 걸어온 지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의뢰인들의 막막한 표정을 보았습니다. 이분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자 참 많이도 발로 뛰고 밤잠을 설쳤습니다. 산업재해 사건은 단순히 법리를 넘습니다. 한 사람의 삶과 건강, 그리고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그래서 늘 마음이 무겁고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만한 판결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실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오랜 기간 힘든 일을 하다 병을 얻으신 분들 말입니다. “그건 원래 네가 아플 병이었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담배 피워서 그런 거 아니냐”는 냉정한 말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특히 폐암 같은 질병은 흡연력이 있으면 산재 인정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다릅니다. 이 판결은 ‘흡연력’ 때문에 산재 인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희망을 줍니다. 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중요한 법적 해석 방향을 제시합니다. 오늘 제가 드릴 이야기는 단순한 판결문 요약이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이 판결이 왜 중요한지, 여러분께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짚어드리겠습니다.
1. 억울한 폐암 사망, 그리고 공단의 냉혹한 처분: 사건 개요 |
이 사건의 망인 고 B님은 C 주식회사에서 근무하셨습니다. 1982년부터 약 30년 11개월 동안 도장 업무에 종사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이런 사건을 접하면 여러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일터에서 보내셨을까’,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어떤 환경에 노출되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안전관리 업무도 하셨지만, 1990년부터는 오로지 ‘도장 업무’에만 매달리셨다고 합니다. 30년 넘는 시간을 한 가지 일에 헌신한 분입니다.
안타깝게도 고인께서는 2020년 6월 폐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이듬해 2021년 9월 폐암 및 전이암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으로 사망하셨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이에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 A님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했던 벽에 부딪힙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1월 31일,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과거 수많은 유사 사건들이 떠올랐습니다. 폐암 사건에서 공단이 가장 집요하게 문제 삼는 것이 바로 ‘흡연력’입니다. ‘담배 피워서 생긴 병’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았을까요? 이 한 문장에서 다시금 느낍니다.
2. 핵심 법적 쟁점: ‘흡연력’을 넘어선 인과관계 증명 |
이 재판의 핵심 법적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흡연력이 있는 폐암 환자도 산재 인정이 가능한가?”였습니다. 장기간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폐암이 업무상 재해인지 다투었습니다. 다시 말해, 폐암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개인적인 흡연 습관 때문일까요? 아니면 30년간의 도장 업무 때문일까요? 유해물질 노출이나 복합적 영향인지 법원의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3. 법원의 전향적 판단: ‘추단’과 ‘복합적 노출’의 중요성 |
원고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이 공단의 처분을 뒤집은 근거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상당인과관계’ 판단 과정에 있습니다. 법원은 매우 심도 있고 다각적인 접근을 했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중요한 기준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습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질병을 유발했다고 추단(推斷)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기준입니다. 여기서 ‘추단’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합니다. 100% 명확한 인과관계가 아니어도 됩니다. 합리적인 의심 없이 ‘그럴 만하다’고 추정되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법원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실을 종합하여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가. 고인의 끈질긴 유해물질 노출 실태: 30년의 흔적 |
- 30년 11개월의 도장 업무: 고인은 약 30년간 도로 차선 도색 등 도장 업무에만 종사했습니다. 법원은 이 ‘장기간’의 ‘지속적인’ 노출을 매우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수십 년간 생계를 위해 매일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인정한 것입니다.
- 발암물질 ‘6가 크롬’ 노출: 고인이 사용했던 도료에서 6가 크롬이 검출되었습니다. 흰색 도료에서 0.06%, 노란색 도료에서 0.11%가 나왔습니다. 6가 크롬은 폐암의 주요 발암물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법원은 이 물질의 위험성을 강조했습니다.
- 다양한 유해인자 중복 노출: 2010년과 2011년 작업환경측정 결과, 여러 유해인자가 검출되었습니다. 혼합유기화합물, 스토다드솔벤트, 크실렌, 톨루엔 등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누적적·복합적 노출’에 대한 법원의 판단입니다. 개별 측정치는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유해인자 노출기준은 단독 존재를 전제한다”고 보았습니다. “수십 년 간 여러 유해인자에 중복, 반복 노출된 경우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유해인자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질병 발생 위험이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공단의 기존 관행에 일침을 가하는 매우 전향적인 판단입니다.
나. 열악한 작업 환경 및 유해물질 흡입의 현실 |
- 도료 제조 과정에서의 직접 노출: 고인은 페인트와 신나를 직접 배합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동료의 진술에 따르면, 배합구 위치가 얼굴과 가까웠습니다. 페인트와 신나의 분진과 냄새가 입과 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동료의 진술은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법원은 이를 통해 작업 환경의 열악함을 판단합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현장 동료의 생생한 증언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서류상 수치로는 알 수 없는 현실적 위험을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 실내 작업 환경의 문제점: 현수막 도장 작업은 실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 이전에는 작업 공간이 10평 정도로 좁았습니다.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환기가 불량했습니다. 보호장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는 업무상 재해 인정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다. 호흡기내과 감정의의 결정적 의견: 흡연력 논쟁의 종지부 |
법원은 의료기관 감정촉탁 결과 및 호흡기내과 감정의의 의견을 중요하게 인용했습니다.
“고인의 업무 수행과 폐암 유발 사이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흡연자가 6가 크롬 등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흡연과 발암물질이 함께 작용하여 폐암 발생 위험이 15배에서 80배까지 증가한다.”
이 감정의 의견은 과학적 뒷받침이 되었습니다. 망인의 흡연력에도 업무상 노출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이는 법원 판단에 큰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흡연력이 있다고 업무상 재해를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두 번째 문구는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흡연과 유해물질 노출은 ‘독립적인 원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어 질병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흡연 이력을 가진 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줍니다.
4. 판결의 의미와 시사점: ‘복합노출’과 ‘흡연력’의 장벽을 넘다 |
이 판결은 단순히 한 사건의 승패를 넘습니다. 향후 수많은 산업재해 사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저는 이 판결에서 세 가지 핵심적인 시사점을 읽어냈습니다.
가. ‘누적적·복합적 유해인자 노출’의 법적 인정 확대 |
과거에는 개별 유해인자 측정치가 노출기준을 넘지 않으면 산재 인정이 어려웠습니다. 공단은 ‘측정치 미만’이라는 이유로 쉽게 불승인 처분을 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이런 경직된 잣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유해인자에 장기간 누적 노출될 경우,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질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현실적이고 진보적인 해석입니다. 작업 환경 전체의 유해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해인자들이 노동자의 몸에 미치는 총체적 영향도 봐야 합니다. 법원은 이 점을 명확히 선언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다양한 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나. 흡연력이 있는 폐암 산재 사건에서의 새로운 ‘돌파구’ |
가장 주목할 부분은 망인의 흡연력에도 불구하고 폐암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점입니다. 폐암 산재 사건에서 공단은 흡연력을 들어 인과관계 부존재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단순히 흡연 여부만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흡연과 발암물질 노출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의견입니다. 이로써 산재 인정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흡연 경력이 있는 노동자도 업무상 노출을 입증하면 됩니다. 이는 질병 발생의 복합적인 원인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흡연자라는 이유로 침묵해야 했던 많은 폐암 노동자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나 가족 중에 흡연 이력이 있으면서 폐암이 발병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장기간 특정 유해 환경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흡연 이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흡연력이 있더라도 괜찮습니다. 작업 환경 내 유해물질 노출을 강력하게 증명하세요. 그러면 이번 판결처럼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노출된 유해물질의 종류와 특성입니다. 둘째, 구체적인 노출 방식입니다. 셋째, 작업 환경의 열악성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뒷받침할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필요합니다. 특히 전문가의 의학적 소견은 ‘상승작용’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 사업주의 유해물질 관리 및 작업 환경 개선 의무 재확인 |
이번 판결은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노출기준을 준수했으니 문제 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응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유해인자 노출기준 준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노출이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환기 시설 개선, 적절한 보호 장구 지급 등 사업주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 판결은 산업 현장의 안전 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5. 결론: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원의 역할과 전문가의 조력 |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큽니다. ‘상당인과관계’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복합적인 작업 환경과 개인의 건강 상태를 다각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는 법원의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특히, 흡연력 때문에 산재 인정을 포기했던 많은 폐암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판결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법원은 표면적인 정보만 보지 않습니다. 한 노동자의 삶과 업무 환경 전반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판단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위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계시거나, 산업재해 인정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법률 문제는 혼자 앓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서류 준비는 복잡하고 의학적 판단은 까다롭습니다. 전문가의 체계적인 조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입니다. 이 판결이 더 많은 노동자의 권리 보호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