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내부 신뢰 사기 수원지법 판결 고의 입증과 교훈
직장 내 사기, 과연 ‘실수’일까? 법인카드 사기죄, 변호사가 밝히는 편취 고의의 진실과 경합범 처벌.
안녕하세요. 기업 법무와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김강균입니다.
직장 내에서 믿었던 동료나 부하 직원이 회사의 자금을 빼돌리는 일,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특히 법인카드나 회계 시스템을 이용한 사기 사건은 기업의 근간을 흔들고 내부 신뢰를 무너뜨려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비슷한 일로 밤잠 설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오늘 저는 수년간 수많은 기업형 범죄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로서,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한 ‘법인카드 사기죄’ 판결을 심층 분석하며 여러분께 꼭 필요한 통찰과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기업 내부의 허술한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사기죄 성립에 있어 핵심적인 ‘고의’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나아가 ‘경합범’이라는 법리적 개념이 형량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유사한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신뢰 위반의 서막: 기획관리팀 차장의 이중 청구 사기 사건 개요 |
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수원시 장안구 소재의 한 피해 회사에서 ‘기획관리팀 총괄 차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던 피고인 A 씨가 회사의 돈을 이중으로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 것입니다. 제가 이런 사건들을 수십 년간 접해왔지만, 늘 느끼는 것은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직책과 회사의 시스템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빈틈을 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때는 2020년 12월 31일, 연말이라 모두가 정신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던 시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 씨는 회사 명의의 체크카드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192,540원 상당의 물품, 주로 업무에 필요한 커피 등을 구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회사 업무 지출이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피고인 A 씨는 이미 회사 체크카드로 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개인 명의의 신용카드, 소위 ‘기명식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처럼 허위의 ‘사무검정 지출품의서(소모품비)’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회계담당 직원을 속여 기획관리팀 팀장과 사무처장의 결재까지 받아냈죠. 결국 자신의 하나은행 개인 계좌로 192,540원을 다시 송금받아 편취했습니다.
요컨대, A 씨는 동일한 물품 구매에 대해 한 번은 회사 법인 체크카드로, 또 한 번은 개인 법인카드를 가장한 허위 서류로 두 번 청구하여 회사의 돈을 빼돌린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런 수법은 치밀하게 계획된 ‘기업 사기’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2. 핵심 쟁점: 피고인 A의 ‘고의’는 있었는가? |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투어진 법적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피고인 A 씨에게 회사를 속여 돈을 편취하려 한 ‘고의’, 즉 사기죄 성립의 필수 요건인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 A 씨는 법정에서 “연말에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착오하여 지출품의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자신이 의도적으로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해야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기망의 의사, 즉 ‘고의’가 없다면 사기죄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마 이 ‘고의 부인’에 변론의 초점을 맞췄을 것입니다.
3. 법원의 냉철한 판단: ‘착오’를 넘어선 ‘고의’의 입증 |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 A 씨의 ‘착오’ 주장을 단호하게 배척하고 편취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이런 사건들을 수도 없이 지켜봐 왔지만, 피고인들이 ‘실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대부분 이런 객관적인 증거들 앞에서 무너지곤 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두 가지 법인카드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인지: |
피고인 A 씨는 기획관리팀 총괄 차장으로서, 회사 명의의 법인 체크카드와 본인 명의의 기명식 법인카드 두 가지를 모두 관리하고 있었고, 각 카드별 지출 및 정산 절차(체크카드는 회사 계좌에서 직접 출금, 기명식 신용카드는 직원 계좌로 송금)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기획관리팀 총괄 차장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회사의 핵심 자금 관리 시스템이었죠. 이 부분에서 이미 ‘착오’ 주장의 설득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이중 매출전표 생성 및 지시: |
피고인 A 씨가 실제 사용한 체크카드(KB국민카드)의 매출전표 외에, 마치 기명식 법인카드(하나카드)를 사용한 것처럼 꾸민 허위의 지출전표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은 단순 착오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하던 팀원 G 씨의 진술을 통해, 피고인의 의도적인 조작이 있었음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기망 행위’가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짧은 시간 내 이중 청구 및 송금: |
실제 물품 구입(2020. 12. 31. 16:27) 후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2020. 12. 31. 16:55)이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법원이 ‘고의’를 인정하는 강력한 정황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촉박한 시간 안에 동일한 건에 대해 두 번이나 청구하고 돈을 받아가는 행위를 ‘실수’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출품의서 내용의 불일치: |
사무검정 지출전표에는 회사 명의 계좌만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인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가 직접 기재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인 계좌로 송금이 이루어진 점도 고의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회계 시스템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려 했음을 시사합니다.
피고인의 오랜 근무 경력: |
피고인 A 씨가 피해 회사에서 약 30년간 근무하며 회계 및 지출 품의 과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착오’ 주장을 신빙성 없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사건을 진행하며 늘 강조하는 부분인데, 법원은 피고인의 직책, 경력, 업무 특성을 통해 ‘그 사람이 과연 몰랐을까?’를 심도 있게 판단합니다.
이러한 모든 사정들을 종합할 때, 법원은 피고인 A 씨가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사기죄에서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더라도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2도768 판결 등)가 정확하게 적용된 결과입니다.
4. 양형의 이유: ‘경합범’ 처리와 신뢰 위반의 무게 |
법원은 피고인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습니다. 벌금 상당액에 대한 가납 명령도 함께 내려졌죠.
많은 분들이 ‘고작 몇십만 원 가지고 이렇게까지’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신뢰를 깨뜨렸다’는 본질입니다. 특히 기획관리팀 총괄 차장이라는 직책은 단순히 업무만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고 윤리적 기준을 선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입니다. 이런 위치에서 신뢰를 저버린 행위는 금액이 적더라도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봐야 할 법리 중 하나는 바로 ‘경합범 처리’입니다. 판결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기 범행 이전에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24년 12월 26일 확정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기 범행(2020. 12. 31.)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저질러졌다는 점입니다.
형법 제37조 후단 및 제39조 제1항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보아, 동시 판결의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이미 저지른 다른 범죄 때문에 확정된 형벌이 있다면, 새로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그 전체적인 형평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이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보입니다. 만약 이 사기 범행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판결 이후에 저질러졌다면, 누범으로 가중 처벌되어 더 무거운 형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양형 요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중 요소:
- 죄질 불량: 회사를 기망하여 편취한 행위 자체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 신뢰관계 위반: 기획관리팀 총괄 차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에서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신뢰 관계를 위반하여 범행을 저지른 점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 피해 회사와의 불화: 피해 회사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형사 사건에서 양형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감경 요소:
- 피해액 반환: 편취금 상당액(192,540원)을 피해 회사에 반환했습니다. 사기죄를 포함한 재산범죄에서는 피해 회복 노력이 중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합니다. 뒤늦게나마 피해액을 돌려주려고 노력한 점은 참작할 만하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입니다.
- 경합범 처리: 이미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사기죄에 대해 별도의 실형을 선고하기보다 벌금형을 통해 총체적인 형평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 편취 금액의 소액: 편취 금액이 19만 원대라는 비교적 소액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금액이 적다고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법원은 피고인의 범행이 높은 직책에서의 신뢰 위반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지만, 피해액 반환과 이미 확정된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벌금형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5. 판결의 의의 및 변호사의 실질적 조언 |
이 판결은 기업의 관리자이건, 일반 직원이건, 혹은 기업의 대표이건 간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적 조언을 드립니다.
1. 기업 내부 통제의 중요성과 실질적 강화: |
이 사건은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직원들의 일탈을 유발하거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제가 수많은 기업 자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바로 내부 감사 시스템의 강화입니다.
2. 직위의 책임과 신뢰 위반의 엄중함: |
피고인이 기획관리팀 총괄 차장이라는 높은 직책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양형의 가중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단순한 법규 준수를 넘어, 조직의 윤리적 기준을 선도하고 직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더욱 큰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목격한 많은 기업 범죄 사건에서, 관리자의 신뢰 위반은 단순히 해당 관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심각한 금전적 손실을 가져옵니다. 신뢰를 위반한 범죄는 그 금액이 적더라도 중대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3. 사기죄 ‘고의’의 포괄적 판단과 대응 전략: |
피고인이 ‘착오’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명확한 고의를 인정한 것은, 사기죄에 있어 고의 판단이 피고인의 주관적 진술을 넘어 객관적인 상황과 정황을 통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고의가 없었다는 안이한 변론으로는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4. 피해 회복 노력의 의미: |
비록 피해 회사로부터 용서받지는 못했으나, 편취금을 반환한 사실은 양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피해 회복 노력은 언제나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됩니다. 이는 다른 재산범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결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순간
기업 내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기 행위는 그 규모를 막론하고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엄정한 법적 대응으로 피해를 회복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며, 개인의 입장에서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법적 문제는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저 같은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복잡한 법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여러분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경험 많은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만약 위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거나, 혹시 모를 내부 감사 또는 수사에 대비하여 법률적 자문이 필요하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어려운 상황에 함께하고, 가장 합리적인 길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