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원 업무상과실치사 수원지법 항소심 판결: 돌봄의무 재정의
사랑하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은 자식으로서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가족의 손길이 부족해 전문적인 돌봄을 기대하며 깊은 신뢰를 보냈건만, 혹시라도 그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밤잠을 설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안타깝게도, 때로는 그런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 김강균 변호사가 소개해 드릴 수원지방법원의 항소심 판결은 바로 그러한 비극, 그리고 그 속에서 요양시설과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우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접해왔지만, 특히 어르신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요양시설 관련 사건은 그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이 글을 통해 법원이 요양시설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얼마나 엄격하게 보는지, 그리고 앞으로 요양시설을 이용하시거나 운영하시는 분들이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제 경험과 법리적 분석을 곁들여 상세히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비슷한 일로 고민하시거나, 혹은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 판결이 여러분의 막막한 마음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건 개요: 겉보기에 사소한 ‘빵 한 조각’이 부른 돌이킬 수 없는 비극 |
이 사건은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입니다.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빵 한 조각’이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는지, 그 비극의 시작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 A는 요양원 대표였고, 피고인 B는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였습니다. 이분들은 각자의 업무 범위 내에서 피해자 어르신(입소자)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었죠. 문제는 피해자 어르신이 평소 가래가 많고 연하장애(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로 사래가 자주 들리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식사 하나하나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사건 당일, 요양원 측은 피해자 어르신에게 간식으로 일반식인 ‘빵’을 제공했고, 심지어 혼자 취식하도록 방치했습니다. 결국 피해자 어르신은 이 빵 조각이 기도에 걸려 질식하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그 발견마저 지연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 A와 B에게 각각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여기서 변호사로서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간식’이라는 평범한 행위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야 빵을 먹는 것이 위험할 리 없지만, 취약한 어르신들에게는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그에 따른 맞춤형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사건은 명확히 보여줍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주의의무를 다했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나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검찰 역시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한 상황이었으니, 이 사건이 결코 가볍지 않은 쟁점을 담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생성 AI / 본 판결 내용을 상징하는 이미지입니다)
법적 쟁점: 요양시설의 ‘특별한’ 주의의무와 비극의 ‘예견가능성’ |
이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투어진 법적인 문제는 요양시설 운영자와 요양보호사가 ‘과연 피요양자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이 피해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일반인보다 높은 주의의무”, 그리고 명확한 책임 |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단과 양형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는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원심과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했으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 업무상 주의의무의 범위와 수준: ‘특별히 더 높은 주의의무’ |
원심은 요양시설 보호 담당자에게 식사 중 사고 예방 및 신속한 대처를 위해 식사 상황을 주시할 일반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해자 어르신의 가래와 연하장애 증상을 고려할 때 죽과 같은 유동식을 제공하고 근접 거리에서 식사 상황을 주시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죠.
여기서 항소심 재판부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E요양원은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요양과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요양시설”임을 명시하면서, 요양원 원장(피고인 A)과 요양보호사(피고인 B)에게는 “사고 발생 방지에 대하여 일반 평균인의 주의의무보다 높은 정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명확히 강조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이 판결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의료 및 과실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것은, 특수한 상황이나 전문적인 직역에는 ‘일반인의 눈높이’를 넘어서는 ‘전문가의 눈높이’가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요양시설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닙니다. 비행기 조종사나 수술 집도의에게 요구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곳이라는 법원의 강력한 메시지인 셈입니다. 입소자 한 분 한 분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돌봄을 제공할 의무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2. 사고 발생의 예견가능성: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피고인들은 피해자 어르신의 사망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원심은 피해자에게 연하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적은 유동식을 제공하고 식사 상황을 주시할 의무가 있었고, 유동식이 아닌 일반식을 제공한 채 혼자 취식하도록 방치할 경우 음식 조각이 기도를 막아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었으며, 피고인들도 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은 이 판단을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피해자 어르신이 사건 당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왔고, 담당 의사가 가래가 흡인기로도 빠지지 않아 약을 처방해 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건강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식사 중 이물 흡입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제 실무 경험상, ‘예견가능성’은 과실 책임 유무를 가릴 때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미필적 고의’와도 연결되는 개념인데, ‘몰랐다’고 변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정보는 돌봄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그 정보를 간과하는 순간 법적 책임의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3.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결정적 지연” |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어르신에게 일반식인 빵을 간식으로 제공하고 혼자 먹도록 방치하여 질식에 이르게 했고, 질식 후에도 발견이 지체되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 역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며, 피고인들의 예견가능성, 주의의무 위반, 그리고 그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된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빵을 준 것뿐만 아니라, “질식 후에도 그 발견이 지체되어 결국 사망에 이른 이상”이라는 부분입니다. 이는 사고 예방만큼이나 사고 발생 시의 ‘신속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만약 질식 직후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이루어졌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판결의 의의 및 변호사의 해설: ‘돌봄의 무게’가 던지는 질문들 |
이번 판결은 요양시설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러 고민들을 법의 언어로 풀어낸 중요한 이정표가 됩니다. 김강균 변호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판결의 핵심적인 의의와 함께 실무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일반 평균인보다 높은 주의의무”의 실제적 의미: |
이 판결은 요양시설이 단순히 어르신들을 잠시 맡아두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는 중증질환자나 고령으로 인해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분들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의료 유사 시설’이라는 인식을 강화한 것입니다.
[변호사의 시각] 그렇다면 요양시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 입소 전 철저한 건강 평가: 단순한 설문조사를 넘어, 의료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시 의사 소견을 받아 연하장애, 인지능력 저하 등 개별적인 위험 요소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 맞춤형 돌봄 계획 수립 및 기록: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각 입소자에게 맞는 식단, 활동, 투약 등 구체적인 돌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문서화하여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식사 시 유동식 제공 여부, 식사 보조 인력 배치, 식사 중 관찰 시간 및 방법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지속적인 건강 모니터링: 입소자의 건강 상태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습니다. 병원 방문 기록, 투약 변화, 평소와 다른 증상 발현 시 즉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고 돌봄 계획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병원 진료 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을 간과한 것이 치명적이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2. ‘예견가능성’과 ‘사전 예방’의 중요성: |
법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언했습니다. 이는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나 ‘바쁘니까 괜찮겠지’ 하는 순간의 부주의가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변호사의 실무 조언] 가족 입장에서는 요양시설을 선택할 때 무엇을 봐야 할까요?
- 직원 배치 기준 및 교육 현황 확인: 숙련된 요양보호사가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지, 정기적으로 응급처치 및 환자 특이사항 관리 교육을 받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식사 보조 및 간식 제공 원칙 문의: 연하장애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 식사 제공 원칙(유동식 여부, 개별 식사 보조 여부)과 간식 제공 방침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사고 발생 시 비상 매뉴얼 확인: 질식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매뉴얼은 갖춰져 있는지, 직원들이 숙지하고 정기적으로 모의 훈련을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3. 양형의 딜레마와 사회적 숙고: |
이 사건의 양형은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비추어 다소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이 항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죠. 그러나 재판부가 “요양보호제도 자체를 위축시키거나 요양보호비용을 과도하게 상승케 할 우려가 있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호사의 통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은 사법부의 고뇌가 엿보이는 지점입니다. 법은 엄정하게 책임을 묻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인력 부족, 열악한 처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돌봄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 판결은 단순히 개인의 과실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시스템적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지원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인력 충원, 처우 개선, 요양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없이는, 이런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론: 안전한 돌봄 환경 구축을 향하여, 김강균 변호사가 돕겠습니다. |
이번 수원지방법원의 항소심 판결은 요양시설 내 업무상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의 무게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습니다. 요양시설은 단순히 어르신들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남은 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듬는 신성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빵 한 조각’이, 그리고 ‘잠깐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우리는 이 판결을 통해 다시금 되새겨야 합니다.
피해자 어르신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사회가 노인 돌봄 서비스의 질과 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개선해나가야 함을 보여줍니다. 시설 운영자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하고, 종사자들은 끊임없이 전문성을 함양하며, 정부와 사회는 지속 가능한 돌봄 환경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인력 확충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만약 위와 비슷한 요양시설 사고로 인해 고통받고 계시다면, 혹은 요양시설 운영 중 법적 분쟁에 휘말려 고민하고 계신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마십시오. 법적 분쟁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요양시설 관련 분쟁은 더욱 그렇습니다. 수년간의 소송 실무 경험을 통해 쌓은 김강균 변호사의 전문성과 통찰력으로 여러분의 곁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