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마신 시간 불확실” 항변, 판례로 본 법원의 반박 논리
안녕하십니까? 법률과 현실의 복잡한 매듭을 풀어드리는 김강균 변호사입니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될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분이 밤잠을 설치며 사건을 복기하곤 합니다.
운전 시점과 음주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운전할 땐 기준치를 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등장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와 ‘위드마크(Widmark) 공식’입니다.
오늘은 한 판례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 음주 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위드마크 공식 적용이 부당하다는 주장이었죠. 법원이 얼마나 냉철하게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최신 판례입니다. 변호사의 시각으로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평범해 보였던 음주운전 사건 |
먼저 사건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2024년 7월 14일 초저녁이었습니다. 피고인 A씨는 약 8km 거리를 운전했습니다.
운전을 마친 시각은 18시 43분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운전은 신고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2시간 가까이 지난 20시 28분경 경찰에게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의 호흡 측정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3%로 측정되었습니다. 이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를 훌쩍 넘는 상태였습니다.
수사기관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습니다. 운전 시점의 농도를 계산하기 위해서였죠. A씨는 “18시경 마지막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진술을 토대로 역산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0%로 특정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그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음주운전 사건 처리 절차입니다. 사건의 진짜 핵심은 법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A씨와 변호인이 펼친 논리적인 방어였습니다.
핵심 법적 쟁점: ‘상승기’라는 방패의 견고함 |
A씨 측의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었습니다. 제가 사건을 검토할 때도 먼저 살펴보는 포인트입니다.
A씨 측 주장은 이렇습니다. “검찰은 18시에 마지막 술을 마셨다고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운전 직전에 술을 더 마셨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운전 당시 제 몸의 알코올은 ‘상승기’에 있었을 겁니다.”
“상승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농도가 올라갑니다. 따라서 역산한 0.120%는 잘못되었습니다. 실제 농도는 더 낮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합리적 의심의 원칙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보통 음주 후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그 후 서서히 하강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 ‘상승기’ 변수를 이용해 유죄의 증명력을 다투려 한 것입니다. 이는 상당히 정교한 법적 다툼 시도입니다.
법원의 판단: 논리로 막고, 더 날카로운 논리로 반격하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리고 벌금 7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재판부가 A씨의 주장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무너뜨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법원의 촘촘한 심리를 알 수 있습니다.
1단계: 진술의 ‘일관성’을 먼저 살피다 |
법원은 A씨가 경찰에게 했던 진술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18시경 마지막 음주”라는 진술입니다. 수사 초기 자백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일관성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말이 바뀌는 순간, ‘처벌을 피하려는 사람’으로 비칠 위험이 커집니다.
2단계: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가정’이라는 역설 |
이것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법관의 논리적 사고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죠.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말이 안 된다”며 일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A씨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수용하는 ‘가정’을 세웠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가정했습니다. “좋다. 피고인의 주장을 최대한 존중해주자. 마지막 음주 시각이 18시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당신에게 가장 유리하게 가정해보자. 운전을 마친 18시 43분에 마지막 술잔을 내려놓았다고 가정하자.”
“이보다 더 유리한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이 최상의 조건으로 다시 계산해보자.”
이것은 상대의 논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그 모순을 드러내는 매우 세련된 논증입니다.
3단계: 어떻게 계산해도 ‘유죄’라는 명백한 결론 |
법원은 이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가정’을 토대로 계산했습니다. 위드마크 공식을 다시 적용한 것입니다.
그 결과, A씨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25%로 계산되었습니다.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가정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입니다.
산출된 수치(0.0925%)는 명백히 처벌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면허 취소 및 형사처벌 기준은 0.08%입니다.
결국 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피고인의 마지막 음주 시각을 언제로 보든 처벌 기준치를 초과합니다. 심지어 가장 유리하게 가정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상승기’ 주장은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의미 없는 가정에 불과합니다.”
최종 코멘트: 이 판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
이 판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제가 실무 현장에서 늘 의뢰인들께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법정은 감정이 아닌 ‘논리’로 싸우는 곳입니다.
‘억울하다’는 막연한 가능성 제시는 재판부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나의 주장이 유죄라는 대전제를 뒤집을 만큼 강력한지 돌아봐야 합니다. -
‘진지한 반성’의 태도는 최고의 양형 전략입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재판부의 따끔한 지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고인이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때로는 솔직한 인정과 뉘우침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가장 확실한 방어는 결국 ‘예방’입니다.
복잡한 법리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음주 후에는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는 철칙입니다. 이 모든 법적 공방은 그 철칙을 지키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판례는 법원의 접근법을 잘 보여줍니다. 음주운전 ‘상승기’ 주장에 대해 매우 촘촘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합니다.
형사사건은 초기 대응과 법리적 재구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비슷한 어려움으로 홀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마십시오. 혼자 고민하는 시간은 불안감만 키울 뿐입니다.
저와의 상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유리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