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방위 인정, 밀쳤을 뿐인데… 폭행죄 억울함 벗어난 항소심 무죄 판결
“변호사님, 저도 모르게 사람을 밀쳤는데 폭행죄로 고소당했습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제 사무실에는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길에서 시비에 휘말리거나 부당한 공격에 대응했다가 ‘폭행죄’ 혐의를 받곤 합니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전과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힘들어하십니다.
대부분 ‘내가 뭘 잘못했지?’ 싶지만, 법의 잣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정당방위’ 법리는 그 경계가 미묘하여 늘 논란이 됩니다. 방어 행위가 ‘새로운 공격’으로 해석되어 처벌받는다면 그 억울함은 클 것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최근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판결(2024노86 폭행)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당방위 인정 요건과 법원의 판단 관점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제 실무 경험을 더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신다면, 이 글이 현명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강균 변호사
사건 개요 |
이 사건은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법적 분쟁은 거창한 범죄가 아닌, 일상 속 작은 불씨에서 피어나곤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젊은 피고인 A씨였습니다. 어느 날 A씨는 길에서 피해자로부터 “욕설을 했다”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A씨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착각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행동이 도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흥분한 상태로 A씨를 쫓아가 가방을 붙잡았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유 없이 누가 쫓아와 몸에 손을 댄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고인 A씨는 일단 상황을 피하고자 피해자의 팔을 뿌리쳤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집요하게 A씨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팔을 들어 올리는 등 더욱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피고인 A씨는 지속적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를 네 번 밀쳤습니다. 검찰은 바로 이 ‘네 번 밀친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검찰은 이것이 단순 방어가 아닌, 적극적인 공격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피고인 A씨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이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이 ‘네 번 밀친 행위’를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법적 쟁점 |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요건 중 ‘상당성’을 충족하는지였습니다. 방어 행위가 합리적 범위를 넘는 ‘새로운 공격’이었을까요? 아니면 허용 가능한 ‘소극적인 방어 행위’였을까요? 이를 가려내는 것이 이 사건의 승패를 갈랐습니다.
법원의 판단 |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요? 변호사의 눈으로 그 논리를 짚어보겠습니다.
법원은 먼저 ‘제1심 판단 존중의 원칙’을 상기시켰습니다. 항소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의 심증을 함부로 뒤집지 않습니다. 1심 법원은 직접 증거를 조사하고 증인신문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형사재판의 ‘직접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정신을 살리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항소심은 1심의 판단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1심이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해자의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부당한 침해: 피해자가 먼저 A씨의 가방을 잡고 물리적 힘을 행사했습니다. A씨가 피하려 해도 계속 가로막고 위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를 ‘현재 진행 중인 부당한 침해’로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 피고인의 방어적 동기 및 행위: 피고인 A씨는 위협적인 행동에 ‘공격당할 수 있다’고 인식했습니다. 사람은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인 방어 행동이 먼저 나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자신을 보호하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방어행위’로 보았습니다.
- ‘소극적 방어행위’로서의 상당성 인정: 검찰은 4회 밀친 행위를 ‘새로운 공격’이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전체 상황 속에서 이를 해석했습니다. 피해자가 계속 제압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밀쳐낸 행위는 합리적인 방어 수단으로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횟수나 부위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항소심은 1심 법원의 사실인정과 법리 적용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것입니다.
판결의 의의 및 변호사의 해설 |
이 판결은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을 넘습니다. 우리 삶에서 정당방위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저의 실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판례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 정당방위 ‘상당성’ 판단의 복합성: 많은 분들이 정당방위를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상당성’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피해자의 침해 내용과 지속성, 방어자의 심리 상태 등을 봅니다. 사건을 둘러싼 총체적 사정을 고려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이 사건에서 ‘4회 밀침’이라는 횟수보다 그 목적이 중요했습니다. “피해자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방어”라는 목적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즉, 법원은 행동의 결과보다는 의도와 상황적 맥락을 더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 방어자의 심리적 상태의 중요성: 피고인이 ‘공격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당시 상황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위협감입니다. 법원이 이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저는 의뢰인을 변호할 때 이러한 심리적 요소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 노력합니다.
- 제1심의 사실인정 권한 존중과 실무적 시사점: 이 판결은 항소심이 1심 판단을 쉽게 뒤집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제1심의 신중한 판단이 갖는 무게를 보여줍니다.
변호사의 실질적 조언(Tip) |
- 초동 대처의 중요성: 유사한 충돌이 발생했다면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현장을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였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CCTV 영상 확보, 목격자 진술 요청 등이 해당됩니다.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면 ‘쌍방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섣부른 판단은 금물: 자신이 정당방위를 했다고 확신하더라도, 법적 판단은 복잡합니다. 변호사와 상의 없이 섣불리 진술하거나 합의하려 들다가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일단 현장을 벗어나거나 경찰에 신고 후 법적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1심 재판의 무게: 이 판결에서 보듯, 1심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인정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심에서 사실관계가 잘못 인정되면 항소심에서 뒤집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사 단계부터 전략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1심 재판부터 경험 많은 변호사와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
오늘 우리는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판례를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정당방위 인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사건의 전체 맥락과 방어자의 심리 상태까지 고려합니다. 단순히 ‘몇 번 때렸나’가 아니라, ‘왜 그랬는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법리를 혼자서 이해하고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한 싸움은 혼자서는 버겁습니다. 잘못된 대응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거나 조언이 필요하시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는 데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김강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