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택배 의약품 판매의 위험성,
대법원 약사법 50조 엄격 해석
안녕하세요. 법률과 삶의 접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 분석하는 김강균 변호사입니다.
요즘 세상은 정말 편리하죠? 스마트폰 하나로 웬만한 건 다 해결되는 세상입니다. 필요한 물건은 전화 한 통이나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다음 날 문 앞까지 배송되고, 은행 업무도, 심지어 식사까지도 비대면으로 해결되는 시대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편리함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은 과연 어디까지 비대면으로 취급될 수 있을까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지만, 동시에 ‘내가 하는 이런 방식의 판매가 법에 저촉될까?’, 혹은 ‘어디까지가 허용될까?’ 하는 고민을 해보신 약사님, 한약사님들이 계실 겁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에서 편하게 약을 받는 게 뭐 그리 문제인가?’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저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굳건히 지켜져야 할 ‘국민 건강권‘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대법원의 판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려 합니다. 바로 약사법 제50조 제1항, 즉 ‘약국 외 판매 금지’ 원칙에 대한 대법원의 엄격한 해석인데요. 이 판결을 통해 의약품 판매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지, 저 김강균 변호사의 시각에서 명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의약품 관련 사업을 하시거나, 혹은 관련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건 개요: 편리함이 부른 약사법 위반의 덫 |
이 사건의 당사자는 한약국을 운영하시던 한약사님이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즈음이니, 이미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어 가던 때였죠. 이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한약국에서 전화로 손님과 다이어트용 한약(물론 한약도 약사법상 의약품에 해당합니다) 상담을 하고, 25만 원을 계좌로 입금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해당 한약 30일분을 주문자에게 택배로 보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옷을 사든, 책을 사든, 하다못해 식료품을 사든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대니까요. ‘아, 한약도 이제 이렇게 편하게 받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한약사님에게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를 적용하여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은 단순했습니다. ‘한약국 밖인 택배를 통해 의약품이 최종적으로 전달되었으니, 이건 약국 밖 판매다!’라는 것이었죠. 이 지점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발생합니다. 과연 ‘전화 주문 + 택배 배송’이라는 방식이 약사법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의 판매’에 해당하는가? 이 질문이 재판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23도9880 약사법위반]법적 쟁점: 전화 주문과 택배 배송은 ‘약국 밖 판매’인가? |
이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의약품 판매 과정에서 ‘전화 상담’과 ‘택배 배송’이 현행 약사법이 금지하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의 판매‘에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즉, 물리적인 ‘인도’가 약국 밖에서 이루어졌을 때, 과연 이를 약국 외 판매로 볼 것인지, 아니면 주문과 상담, 조제 등 주요 판매 과정이 약국 내에서 이뤄졌으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원심은 무죄, 대법원은 파기환송 |
자, 이제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해 법원은 어떤 답을 내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1심과 2심(원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엇갈렸습니다.
1. 원심의 판단: “실질적으로 약국 안에서 팔았으니 괜찮다”며 무죄 선고 |
원심 법원(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의외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인 한약사님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죠. 원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 피고인이 전화로 한약을 판매하고 택배로 보낸 행위가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이 이 사건 한약국 내에서 이루어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 즉, 비록 최종 인도는 택배로 이루어졌지만, 상담과 조제 등 핵심적인 판매 과정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넓게 보아 약국 외 판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죠.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자면, 원심은 현실의 변화를 어느 정도 반영하려 했고, 판매 행위의 ‘실질’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이 약국 안에서 이뤄졌는데, 마지막 택배 배송만으로 약국 밖 판매라고 하긴 어렵다’는 취지였겠죠.
2. 대법원의 판단: “엄격한 제한”과 “국민 보건 향상”의 원칙 재확인 (파기환송) |
하지만 대법원의 시선은 원심과는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이는 대법원이 원심의 법리 해석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이 특히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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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제50조 제1항의 입법 목적 재확인:
대법원은 약사법 제50조 제1항(“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의 엄격한 규정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매우 중요한 목적을 가진다고 강조했습니다.
- 국민 보건 향상 기여: 약사가 약국 내에서 의약품을 적절히 관리하고 조제하여 국민 전체의 건강 증진을 돕는다는 원칙입니다.
- 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복약지도 충실성 확보: 약국 내 대면 판매를 통해 약사 또는 한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복약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의약품 변질·오염 가능성 차단: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오염될 위험을 최소화하여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 약화 사고 시 책임 소재 분명화: 의약품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 장소를 명확히 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 목적이 한약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한약 역시 의약품이며, 그 특성상 환자 대면 복약지도, 보관·유통 관리, 약화 사고 책임 소재 명확화의 필요성이 동일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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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엄격한 해석:
대법원은 기존 판례의 법리, 즉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이 약국 또는 점포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원심과 대법원의 해석이 갈린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훨씬 엄격하게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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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건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 적용:
대법원은 이 사건 한약사님의 판매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주문 과정의 문제: 이 사건 한약의 주문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화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 복약지도 및 대면 상담 부재: 대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은, 주문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한약 복용 후의 신체 변화를 확인하고, 주문자의 당시 신체 상태에 맞는 한약을 조제하며, 충실하게 복약지도하는 일련의 행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직접 인도 부재: 피고인이 주문자에게 이 사건 한약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택배를 이용했다는 점도 약국 외 판매로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 “재주문도 예외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문자가 이미 한약국을 방문하여 한약을 구입한 적이 있고, 이번 주문이 기존에 복용하던 한약과 내용물이나 성분 및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부분입니다. 이는 ‘단골 고객이니까, 혹은 예전에 먹던 거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단호히 배척한 것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이러한 일련의 판매 행위는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주요 부분이 피고인이 개설한 한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약사법 위반으로 유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판결의 의의: 편리함보다 안전이 우선! |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한약사의 약사법 위반 여부를 넘어, 우리 사회와 의약품 시장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와 파급 효과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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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약사법의 최고 가치 재확인: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
이 판결은 편리성을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면 상담과 엄격한 복약지도의 중요성은 그 어떤 가치와도 타협할 수 없는, 국민 건강과 안전이라는 최상위 가치임을 대법원이 다시 한번 천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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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외 판매 금지’ 원칙에 대한 엄격한 해석의 기준 제시: 온라인 판매는 사실상 불가!
대법원은 대면 상담을 통한 신체 상태 확인, 개별 맞춤 조제, 충실한 복약지도, 그리고 직접적인 인도 등 핵심적인 요소들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져야만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의약품 판매에 있어 온라인 상담, 비대면 처방, 택배 배송 등의 방식은 현행법상 매우 제한적이거나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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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사 및 약국 개설자의 책임 범위 명확화: ‘단골이라고, 재주문이라고 예외는 없다!’
특히 ‘재주문’이거나 ‘익숙한 고객’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환자의 신체 상태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매번 대면 상담과 복약지도가 필수적이라고 본 겁니다. ‘단골손님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자칫 약사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 처벌 및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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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관점에서의 의미: 다소 불편해도 당신의 건강을 위한 조치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전문 약사/한약사의 대면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의약품을 처방받고 올바른 복약 지도를 받는 것이 오남용과 약화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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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의 규제 딜레마와 미래 방향성: 숙고와 논의의 필요성!
이번 판결은 급속한 디지털 전환 속에서 전통적인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논의 지점을 던져줍니다. 앞으로 원격의료, 온라인 약국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이번 판결에서 강조된 ‘대면 복약지도의 중요성’과 ‘약품 유통의 안전성’이라는 원칙이 핵심적인 기준이 될 것입니다.
결론: 변하지 않는 원칙, 국민 건강의 최우선 |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의약품 판매에 있어 ‘약국 외 판매 금지’ 원칙이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안전장치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약품은 사용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판매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전문가에 의한 철저한 대면 관리와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편리함의 추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앞에서는 그 어떤 가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확고한 법적 태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약사 또는 한약사라면 이번 판결을 통해 약사법의 기본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고, 의약품 판매에 있어 안전과 책임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법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특히 이런 전문 분야의 법률 문제는 혼자서 해결하려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면서 의문이 드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 김강균 변호사처럼 관련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상담하여 여러분의 소중한 권리와 안전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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