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근로자 해고, 포괄임금: 수원고등법원 ‘확인의 이익’ 각하 판결 분석
안녕하세요, 노동법과 기업 운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법률 블로거입니다. 오늘은 최근 수원고등법원에서 선고된 흥미로운 판결(수원고등법원 2025. 4. 17. 선고 2023나18757 해고무효확인)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노동 분쟁, 특히 외국인 근로자 해고와 임금 문제, 그리고 소송에서 중요한 ‘확인의 이익’이라는 개념까지 폭넓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분쟁을 넘어, 우리 노동법의 여러 복잡한 쟁점들을 한데 엮어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특수성, 포괄임금 계약의 유효성, 부당해고의 판단 기준, 그리고 소송 실무에서 청구의 적법성을 가르는 미묘한 법리까지, 다각도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분쟁의 시작부터 법정까지
본 사건의 원고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이며, 피고들은 모텔 사업장을 공동 운영하는 사업주들입니다. 원고는 2020년 12월 말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객실 청소 등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분쟁은 원고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을 요구하면서 불거졌고, 이후 사직서 제출, 고용변동신고, 근로계약 변경, 그리고 피고 측의 사실확인서 발송 등의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해고의 유효성 및 미지급 임금에 대한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으며, 해고가 무효이므로 복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해고 이전에도 미지급된 임금(특히 초과근로수당)이 있다고 주장했죠. 반면 피고들은 원고가 자진 퇴사한 것이며, 해고는 없었고, 임금도 제대로 지급했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의 핵심 쟁점별 판단: 복잡한 사실관계 속 법리 적용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왜 ‘각하’되었는가? – 오묘한 ‘확인의 이익’
이 수원고등법원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는 원고의 주된 청구인 ‘해고무효확인’ 청구가 기각도 아닌 ‘각하’ 판결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요?
- 배경 사실: 원고는 2021년 4월 8일, 피고 측의 제안에 따라 퇴사일자를 2021년 4월 30일로 기재한 사직서에 서명했습니다. 이 사직서 제출 과정의 유효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죠.
- 법원의 판단 (사직서의 유효성): 법원은 원고가 사직서 작성 당시 기망이나 강요를 당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며, ‘퇴사일에 300만 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사직서를 썼다는 주장 또한 조건부 사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300만 원은 퇴사 후 비밀유지 조건에 더 가까웠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2021년 4월 8일 자 사직서 제출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합의해지’로 유효하게 성립했으며, 이에 따라 근로계약은 2021년 4월 30일에 종료될 예정이었다는 것입니다.
- 법원의 판단 (2021. 4. 21.자 해고의 존재 및 유효성):
- 해고의 존재 여부: 원고가 2021년 4월 21일 이 사건 사업장을 찾아가 “근무할 법적 지위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법원은 이를 원고의 자발적 사직 의사표시가 아니라 피고들의 귀책사유(비자 연장 취소)로 인한 근로제공 불능 상황을 통지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대신, 피고들이 같은 날 카카오톡 메시지로 원고에게 보낸 “사실확인서”(원고를 2021. 4. 20.자로 퇴사 처리하겠다는 내용)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한 ‘실질적 해고 통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해고의 유효성 여부: 법원은 이 2021년 4월 21일자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 절차적 하자(근로기준법 제27조 서면통지 위반): 카카오톡 메시지는 법에서 요구하는 ‘서면’ 통지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고사유도 명확히 기재되지 않아 원고가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실체적 하자(근로기준법 제23조 정당한 이유 없음): 원고의 일부 근무태만(욕설, 조퇴, 지시 불응)이 있었지만, 그 배경에 피고 측의 부당한 고용변동신고(비자 연장 취소 초래)와 숙소 퇴거 요구 등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원고에게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노동청 진정 제기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았습니다.
- 왜 ‘각하’인가? – ‘확인의 이익’ 부재: 비록 2021년 4월 21일자 해고가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2021년 4월 8일자 ‘합의해지’가 유효하게 성립하여 근로계약은 어차피 2021년 4월 30일에 종료될 예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받더라도 2021년 4월 30일 이후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으므로, ‘해고무효확인’이라는 소송을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즉, 소송을 통한 법적 구제 실익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 시사점:
확인의 이익이란 특정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여 현재 또는 장래의 법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이 사건처럼 이미 유효한 다른 사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다면, 설령 부당해고를 당했더라도 그 무효를 확인받아도 실질적인 법적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청구: 어디까지 인정받았나?
“확인의 이익”이 없어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각하되었지만, 그렇다고 원고가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2021년 4월 21일자 해고가 무효이므로, 피고들의 귀책사유로 인해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임금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인정 기간: 2021년 4월 2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 이유: 피고들의 부당한 해고(4.21.)와 더불어, 피고들의 부당한 고용변동신고로 원고의 비자 연장이 취소되어 원고가 이 기간 동안 취업활동을 하기 곤란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538조 제1항(채권자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 불이행)에 따라 이 기간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 금액: 제3차 근로계약서에 따른 기본급 706,320원만 인정되었습니다. 원고가 이 기간 동안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제공했으리라는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2021년 5월 1일 이후 임금은 불인정: 앞서 본 바와 같이 2021년 4월 8일자 유효한 ‘합의해지’로 근로계약은 2021년 4월 30일부로 종료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임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시사점:
해고가 무효라도, 근로계약이 다른 유효한 사유(예: 합의해지, 정년 도달,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종료될 예정이었다면, 근로자는 그 종료일까지의 임금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무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때, 계약기간이 임박한 경우 ‘해고무효확인’ 청구의 실익을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당해고 이전 미지급 임금 청구: 포괄임금 약정의 명암
원고는 해고 이전에도 미지급된 임금(특히 초과근로수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쟁점은 근로계약서의 내용 변경 및 포괄임금 약정의 유효성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포함합니다.
2020년 12월 28일 ~ 2021년 3월 17일 (제1차 근로계약서 기간):
- 쟁점: 이 기간에 체결된 ‘포괄임금약정’이 유효한지 여부. 월 200만 원에 휴식시간 5시간을 제외한 1일 7시간 근무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기간의 포괄임금약정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판단 근거:
- 모텔 객실 청소 업무의 특성상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단속적 근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고객 입·퇴실에 따라 업무 강도와 밀도가 불규칙하며, 원고 스스로도 실제 근무시간을 특정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 피고들이 원고와 그의 처에게 숙소를 무상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월 200만 원의 포괄임금이 원고에게 ‘불리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최저임금에 미달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외국인고용법상 표준근로계약서 미사용 문제: 외국인고용법상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이는 행정적 제재일 뿐 사법상 계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 판단 근거:
- 결론: 이 기간에 대한 초과근로수당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021년 3월 18일 ~ 2021년 4월 20일 (제2, 3차 근로계약서 기간):
- 쟁점: 제2, 3차 근로계약서 작성으로 포괄임금약정이 철회되었는지 여부. 이 계약서들에는 1일 8시간 근무(휴게시간 60분 명시)와 함께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수당 지급”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제2, 3차 근로계약서의 작성으로 기존의 포괄임금약정이 철회되고 초과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새로 체결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판단 근거: 제2, 3차 계약서가 ‘처분문서’로서 명확하게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명시하고 있으며, 비자 연장을 위해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결론: 이 기간 동안 원고가 실제로 제공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초과근로수당이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근무시간(평일 1일 9시간, 주말 1일 11시간)과 휴게시간을 토대로 구체적인 임금액을 산정했습니다.
- 총 1,534,883원 (2021. 3. 18.~3. 31. 기간 788,229원 + 2021. 4. 1.~4. 20. 기간 746,654원)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지연손해금은 소장 송달일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상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상 연 20%가 적용되었습니다. (여기서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20%의 지연이자 적용 예외가 인정됩니다.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기간의 지연이자는 법정 이율인 연 6%를 따릅니다.)
▶ 시사점:
포괄임금 약정: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경비, 감시·단속적 근로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유효할 수 있으나, 명백한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고 초과근로수당이 명시된 계약서가 있다면 그 계약서가 우선합니다. ‘단속적 근로’ 여부가 중요 판단 기준이 됩니다.
계약서의 중요성: 제2, 3차 근로계약서는 비자 연장을 위한 ‘형식적’ 문서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는 서명하는 순간 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그 내용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작성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보호: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시에는 외국인고용법 등 특별법의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표준근로계약서 사용은 권고 사항이 아닌 의무 사항입니다. 위반 시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됩니다.
판결의 의미와 시사점: 사업주와 근로자를 위한 조언
이 수원고등법원 판결은 단순히 사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많은 사업주와 근로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사업주를 위한 조언: 놓치지 말아야 할 노동법 원칙
- 해고 절차의 준수: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확히 통지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은 ‘서면’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면 통지 시에도 반드시 서면을 교부해야 합니다.
- 해고의 ‘정당한 이유’ 확보: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고, 징계 양정이 합리적이며, 절차상 문제(징계위원회 개최 등)가 없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예: 노동청 진정)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는 절대 금지됩니다.
-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특수성 이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시에는 외국인고용법 및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고용변동신고는 법적 의무이며, 이를 잘못 처리할 경우 근로자의 체류 자격에 영향을 미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근로계약서의 명확성: 포괄임금 계약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특수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유효합니다. 근로계약서에 임금 구성 항목(기본급, 각종 수당 등)을 명확히 기재하고, 특히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근로조건 변경 시에는 반드시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변경된 내용을 상세히 명시해야 합니다.
근로자를 위한 조언: 당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
- 근로계약서의 중요성: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의 핵심이므로, 서명하기 전에 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임금(기본급, 각종 수당, 포괄임금 여부), 근로시간, 휴게시간 등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 부당해고 시 대응: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해고 통보를 받은 날짜, 해고사유, 통보 방식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록하고 증거(녹취, 메시지, 서면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임금 체불 시 대응: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근로시간, 휴게시간, 업무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관련 증거(출퇴근 기록, 업무 지시 내역, 임금 명세서 등)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 노동 관련 분쟁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쟁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면, 지체 없이 김강균 변호사 또는 노무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번 수원고등법원 판결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유효하게 성립한 경우, 이후의 부당해고에 대한 ‘확인의 이익’이 부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포괄임금 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과 근로계약서 변경이 기존 약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시 사업주의 특별한 주의 의무 등 다양한 법적 쟁점들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판결이 여러분의 노동법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복잡한 법률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노동법 관련 법적 분쟁,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김강균 변호사에게 상담 문의해주세요.
#외국인근로자해고 #포괄임금 #수원고등법원판결 #확인의이익 #부당해고 #임금체불 #노동법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 #김강균변호사 #노동분쟁 #초과근로수당 #합의해지 #사직서 #근로계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