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망사고 항소심: ‘양형부당’ 판결, 왜 뒤집기 어려울까?

안녕하세요. 김강균 변호사 입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비극,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항소심 법원의 흥미로운 판결을 심층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이 사건은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경우로, 항소심이 원심의 형량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 기준과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뒤집히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다룰 사건은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 2025노309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사건입니다. 피고인 A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는 단순 음주운전 사고를 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위험운전치사라는 매우 중대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생명을 앗아간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높은 만큼, 법원 역시 엄중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원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이 사건의 심리 끝에 피고인 A에게 징역 3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형량에 대해 피고인과 검사 모두가 불복하여 항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피고인 측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검사 측은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오늘 집중적으로 분석할 핵심 쟁점인 ‘양형부당’이 항소심의 문을 두드립니다.

형사사건에서 ‘양형부당’이란, 원심 법원이 선고한 형량이 법원의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거나(피고인 항소) 너무 가벼워서(검사 항소) 부당하다는 주장을 의미합니다. 이는 형사사건 항소의 가장 흔하고도 강력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법원은 범죄의 성격,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피해 회복 노력, 합의 여부 등), 재범 위험성, 범죄전력 등 법률이 정한 다양한 양형 인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가장 적정한 형량을 정합니다. 원심 법원이 이러한 양형 인자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거나, 특정 요소에 대한 평가를 잘못하여 합리적인 범위 밖의 형량을 선고했다고 판단될 때 ‘양형부당’ 주장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범위’라는 개념인데, 법원의 재량은 무한정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양형 기준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납득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즉, 징역 3년 4개월이라는 형량이 그대로 확정된 것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항소심이 양형부당 주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은 판단의 첫머리에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이 판례는 형사 항소심에서 양형부당 주장을 다룰 때의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즉,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위 대법원 판례의 원칙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1. 새로운 양형 조건의 부재: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을 변경해야 할 정도의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 변경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항소심에서 형량을 변경하려면 원심이 고려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새로운 사실관계가 제출되거나, 원심 판결 이후 발생한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와의 극적인 합의나 예상치 못한 중병 발병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원심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다시 반복하거나, 이미 반영된 사정을 재차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형량 변경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2. 원심 형량의 적정성: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범죄전력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항소심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모든 양형 인자를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 4개월이 해당 범죄의 성격과 피고인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어 방어권 행사에 도움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하자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재판부가 단순히 형식적인 검토를 넘어, 실질적으로 원심의 양형 판단이 타당했음을 인정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항소심 법원은 원심 법원의 양형 판단에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었고, 형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 또한 없다고 판단하여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판결은 형사사건의 항소심, 특히 ‘양형부당’ 주장의 현실과 법적 의미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가. ‘양형부당’ 항소, 현실적 승소의 벽은 높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형량이 기대보다 높거나 낮다는 주관적인 이유만으로는 항소심에서 형량 변경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원심 재량 존중의 원칙이 강력하게 적용됩니다. 항소심에서 형량을 변경하려면, 원심의 판단에 명백한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 혹은 원심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결정적인 새로운 증거 또는 사정 변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 단순한 ‘다시 한번 기회’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 음주운전 사망사고, 엄벌 기조는 변함없다
비록 이 사건에서 형량이 더 가중되지는 않았지만, 피고인이 징역 3년 4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위험운전치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강력하게 가중처벌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재범 방지를 위한 경각심을 엄중히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엄벌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다. ‘첫 단추’의 중요성: 1심 변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
이번 판결은 제1심 재판에서의 충실한 변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제1심에서 모든 양형 인자를 충분히 주장하고 소명하여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항소심은 원심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지, 원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주장을 새로이 펼쳐 형량을 뒤집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유능한 변호사와 함께 면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모든 유리한 양형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합니다.

피고인 A 사건의 항소심 판결은, 우리 사법 시스템이 항소심 단계에서 원심의 양형 판단을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기존 판결의 무게를 뒤집기 어렵습니다. 이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제1심 재판의 충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극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법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정의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